샤먼 의식 통역 쉽게 보고 갔다가 고생한 썰
주말에 학과에서 꽤 높으신 교수님한테 갑자기 전화가 왔어. 샤먼 의식하는 데 가서 한러 통역 좀 해 달래. 여기가 샤먼으로 좀 알려진 지역이라 관광객들도 가끔 샤먼을 찾아가거든. 그래서 한국 관광객이 기도 받으러 가나 보다 하고 바로 알겠다고 했어. 예전에도 지도교수님 부탁으로 샤먼이 조상신 빙의해서 상담해 주는 자리에 가 본 적이 있어서 그때처럼 쉬울 줄 알았지. 지금 생각하면 그게 고생의 시작이었어.
비 오는 아침에 보조배터리랑 물 한 병만 챙겨서 나갔어. 데리러 온 차 타고 한 시간 반을 달렸더니 사방에 아무것도 없는 들판 한가운데더라. 봄옷 입고 갔는데 비에 초원 바람까지 부니까 날씨가 거의 겨울이었어. 근데 도착해서 들어 보니 나를 부른 사람이 관광객이 아니라 샤먼 본인인 거야. 이거 뭔가 있구나 싶더라.
낮 12시쯤 도착해서 일정을 물었더니 의식은 밤늦게 하고 그전엔 다 준비래. 비 오는 데서 멍하니 돌아다니다 눈도 좀 붙였는데, 한두 시간 지나니까 눈치가 보여서 잡일을 거들기 시작했어. 천막에 간이 부엌이랑 식당부터 차렸어. 그러다 먼저 있던 다른 샤먼 팀이 철수하고 우리 쪽 짐이 들어오는데, 그제야 여기가 예비 샤먼이 신내림 받고 정식 샤먼이 되는 곳이라는 걸 알았어.
그다음엔 다른 팀이 쓰던 나무를 다 뽑아 태우고 그 자리에 우리 자작나무 심을 준비를 도왔어. 그러다 보니 저녁 9시가 금방이더라. 자작나무 가지마다 색색 천을 묶고 해랑 달 같은 장식을 다는데, 비 오는 날 손으로 하나하나 묶으려니 손이 꽁꽁 얼었어. 같이 일하던 사람이 외투 하나 줘서 그거 껴입고 버텼어.

장식 끝난 자작나무를 제일 큰 것부터 원 모양으로 빙 둘러 심고 나니까 준비는 얼추 끝났어. 이제 슬슬 해 지기만 기다리는 참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