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수 알바로 갔는데 9시간 삽질만 함
몸 쓰는 일은 버는 돈보다 병원비가 더 나가는 느낌이라 잘 안 함. 근데 신호수는 몸 안 쓰고 일당 15만 원이라길래 혹했음. 우리 동네에선 보기 힘든 돈이라. 지인의 지인 중에 믿을 만하다는 사람 통해서 소개받고 감.
복장이나 신분증 얘기도 없이 그냥 오라는 문자만 와서 좀 쎄하긴 했음. 그래도 아는 사람이 끼어 있으니 이때까진 별생각 없이 감. 가 보니 공원 안에 깔린 포장도로를 걷어 내는 현장이었음. 처음 15분은 신호수 옷 입고 신호봉만 들고 서 있으라 함.
굴착기 지나간 자리에서 외국인 동료 한 분이 덜 걷힌 데를 삽으로 뜯어내고 있었음. 힘들겠다 하고 보고 있었는데 하나둘 도와 달라더니 몸 쓰는 일까지 시키기 시작함. 지인한테 좀 이상하다고 연락했더니 좋은 분이니까 분위기 망치지 말아 달라 함. 결국 신호수 옷 입은 채로 9시간 내내 그분이랑 똑같이 삽질함.

집에 가려는데 "내일이랑 모레도 나올 거지?" 하길래 이건 아니다 싶었음. 사진 찍어서 물어봤는데 답이 없어서 지인의 지인한테 연락해 돈만 받아 내고 끝냄. 같이 일한 외국인 동료분은 말은 안 통해도 내내 웃으면서 잘해 줘서 고마웠음.
법으로는
회사는 근로계약을 맺을 때 맡을 업무와 일하는 곳, 임금 같은 조건을 밝혀야 한다(근로기준법 제17조,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밝힌 조건이 실제와 다르면 근로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바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같은 법 제19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