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형 에어컨 400대 넘게 달아 본 후기
원래 큰 가전 회사 쪽 설치 일을 하다가 온라인 쇼핑몰 쪽 설치기사로 옮겼음. 가전이고 에어컨이고 이것저것 다 했는데, 창문형만 세어 봐도 400대는 넘게 달았음.
여기 에어컨 기사는 크게 두 부류임. 한쪽은 에어컨 오래 하다가 개인 영업이 힘들어서 회사 자동 배차만 받으려고 온 베테랑임. 다른 쪽은 가전 설치 하다가 에어컨 기사한테 붙어서 두세 달 건당으로 배우고 기사 등록한 사람들임. 에어컨 자체는 어렵지 않아서 현장 변수만 빨리 익히면 가전 하던 사람은 금방 적응함.
나무 창틀이나 평평한 면 뒤로 샷시가 나오는 창틀은 어느 회사든 원래 설치를 안 해 줌. 근데 손님이 창틀 위아래에 피스 박는 데 동의하면 달 수는 있음. 가이드라인 밖이라 그날 배차 받은 기사 마음인데 난 그냥 달아 줬음.
자가증발 되니까 배수 안 달아도 된다는 말은 거짓말임. 장마철이나 푹푹 찌는 날엔 자가증발로 응축수를 못 버팀. 배수를 밖으로 대충 빼 놓으면 물이 뚝뚝 떨어져서 외벽에 곰팡이 피고, 아랫집 발코니랑 창틀로 물이 떨어져서 다시 가거나 피해 보상 얘기까지 꽤 나옴. 그래서 나는 배수 호스를 알맞게 잘라서 방충망에 구멍 내고 마감하거나, 그게 안 되면 프레임 아래로 U자로 돌려서 안쪽 물통으로 받게 해 놨음.
이게 귀찮으니까 자가증발 핑계 대고 건너뛰는 거임. 나는 전 회사 버릇대로 웃으면서 설명을 줄줄 늘어놓다 보니 그게 손해였음.